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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선교사 출신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선출…바티칸 전통 왜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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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5-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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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14세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photo Vatican Media>




제267대 교황 레오14세 선출

미국출신으로 오랫동안 페루 빈민사역

세계교회협∙중동교회협∙한국교회협 등

사회적 약자보호와 평화∙연대에 ‘기대’



지난 8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전 세계인들과 가톨릭 신자들은 새 교황 등장에 이목을 집중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어,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라는 이름으로 즉위한 것 때문이다. 



‘미국인 교황’의 등장, 바티칸의 전통 깨지다


로버트 프레보스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페루에서 14년 동안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하며 라틴아메리카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미국 출신 교황’ 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바티칸 외교 전통상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권력과 교회 권위를 분리하기 위해 교황직과는 거리를 두는 관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선출은 가톨릭 교회의 지형 변화와 글로벌 남반구 중심의 비전 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획기적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왜 레오14세? 그 이름 속의 의미들


레오(Leo)는 교황 이름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명칭 중 하나다. 특히 교황 레오 1세(440~461) 는 “대(大) 레오”로 불리며 교회 교리를 수호하고, 훈족의 침입을 막은 인물로 교회사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반면 레오 13세(1878~1903) 는 사회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낸 교황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가톨릭 사회 교리를 강조한 인물로 남아있다. 



따라서 레오 14세라는 이름에는 ‘고대의 교리 수호자와 근대의 사회 참여’라는 두 교황의 전통을 모두 계승하겠다는 상징적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각계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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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들에 의해 선거가 끝난 투표용지를 모두 태울 때 흰 연기가 나면 교황을 선출했다는 뜻이다. <photo Vatican Media>



교황은 어떻게 선출되나?


교황 선출은 ‘콘클라베(Conclave)’ 라는 비밀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만 80세 미만의 전 세계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투표하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교황으로 선출되는 것.



각 투표 후에는 투표용지를 태우개 된느데 검은 연기(선출 실패) 또는 흰 연기(선출 성공)로 결과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번 교황 선출은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건강 악화와 고령에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로, 교황직 사임 후 곧바로 이루어졌다.



평화와 연대 강조한 첫 연설


교황으로서의 첫 공식 연설에서 레오 14세는 "모든 이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인사로 시작하면서 평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교회 내 포용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민자와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언급하며 “경계 없는 교회”를 꿈꾼다고 밝혀 큰 환영을 받았다. 



전 세계교회와 한국교계의 반응


미국과 페루는 물론 전 세계의 신자들은 이번 선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페루에서는 “우리의 교황”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고, 중동 기독교교회협의회는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역할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는 성명을 통해 “교황 레오 14세가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전체의 연대와 일치, 정의를 위한 대화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CC는 특히 그가 라틴아메리카 선교 경험과 사회 정의에 대한 감수성을 갖춘 지도자임을 강조하며,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운동의 진전을 기대했다.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과 루터교세계연맹(LWF)도 각각 환영 메시지를 전하며, 새 교황이 종교 간 대화, 기후 정의, 난민 보호 등 글로벌 현안에서 기독교 공동체의 통합된 목소리를 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국 교계,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 기대”


한국천주교계도 즉각 성명을 내고 “레오 14세의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 열린 대화의 교황직”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적 관심에도 지속적 목소리를 내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논평을 통해 “이번 선출이 세계교회가 하나 되어 생명의 가치를 증언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특히 교황이 남미 선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서구권 교회들의 현실을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로 기대된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윤영호 기자 yyh60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