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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더 위험한 이유, 자외선이 부르는 ‘이질환’
- K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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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자외선
가을, 선선한 바람에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에 방심한 눈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여름보다 자외선이 약할 거란 착각이 부른 결과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며 자외선이 눈에 직접 닿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외선 차단에 대한 경계심은 느슨해진다. 이로 인해 백내장 위험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 질환이다. 렌즈에 얼룩이 묻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눈속 수정체가 탁해지면 망막에 초점이 정확히 맺히지 않는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한 시력 도둑’이라 불린다. 그러나 진행되면 사물이 겹쳐 보이고, 눈부심이 심해지며, 야간 운전이 어려워진다. 심한 경우 동공이 회색빛으로 변하며 시야가 완전히 흐려질 수도 있다.
가을철 자외선, 눈에 수평으로 닿는다
노화·흡연·당뇨가 복합 작용
선글라스 착용, 가장 간단한 예방
가을에는 태양의 위치가 낮아지면서 자외선이 눈에 수평으로 들어온다. 이때 눈에 닿는 자외선량은 여름보다 줄지 않는다. 문제는 ‘덜 뜨겁다’는 착각이다. 선선한 날씨 탓에 많은 이들이 자외선 차단제를 생략하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 채 야외활동을 즐긴다. 하지만 자외선은 계절과 상관없이 눈의 단백질 구조를 변성시켜 백내장을 촉진한다.
백내장은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강한 자외선, 흡연, 음주,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 등은 백내장 발생을 앞당긴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도 수정체 변화를 일으켜 위험을 높인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며 빛 산란이 커져, 자외선 손상에 더 취약해진다.
김보경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돼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시야가 흐려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눈부심이 심해지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내장은 약물로 회복되지 않으며, 근본적인 치료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뿐이다.
하지만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가을철에는 햇빛이 강하지 않더라도 자외선 차단을 생활화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렌즈를 선택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함께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금연과 절주는 눈의 노화를 늦추는 기본 수칙이다.
백내장은 노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만, 관리에 따라 속도는 달라진다. 조용히 시력을 빼앗는 백내장을 막기 위해서는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지키는 습관이 첫걸음이다. 선선한 바람에 방심한 사이, 눈은 이미 여름보다 강한 자외선의 직격탄을 맞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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