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저자  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것을 말했다-도서
사진=도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일본 최고의 괴테 연구자 히로바 도이치. 그는 어느 결혼기념일 식당에서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낯선 문장을 발견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조차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장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은 거짓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실인가. 그 한 문장이 도이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기 시작한다.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이 질문 하나로 출발한다. 독일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무슨 말을 하든 ‘괴테가 말하길’이라 덧붙이면 그 자체로 설득력을 얻는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평생 괴테를 연구한 학자가 괴테의 말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말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 2001년생 스즈키 유이, 2000년대생 최초 아쿠타가와상 수상
  • 30일 만에 완성한 첫 장편, 일본 문단이 “새로운 문학의 탄생”이라 극찬
  • 언어·사랑·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모험

 

도이치는 이 명언을 독일어로, 일본어로 번역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헤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일본어로 옮겼을 때 비로소 “조금은 괴테스러워졌다”고 느끼는 장면은 이 소설이 단순한 추적이 아님을 보여준다.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언어는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소설 속 한 구절처럼, “말은 붓에 닿는 순간 죽어버린다.” 그럼에도 인간은 말을 멈추지 못한다.

작가 스즈키 유이는 2001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현재 세이난가쿠인대학 대학원생이다. 연간 1,000권을 읽는 독서광으로, 어린 시절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하며 언어와 진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품게 됐다. “어른들의 말이 제각기 달랐다.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가.” 그 체험이 이 소설의 원형이 됐다. 실제로 부모님 결혼기념일 식사 중 홍차 티백에서 발견한 명언이 집필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대학 도서관에서 단 30일 만에 완성한 이 첫 장편으로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2000년대 이후 출생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문학의 탄생”이라 극찬했고, 일본 언론은 그를 움베르토 에코, 칼비노, 보르헤스에 견주며 “일본 문학의 샛별”이라 평했다. 번역가 이지수는 이 작품의 핵심을 이렇게 짚었다.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그 말은 비로소 진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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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도이치와 그의 가족, 제자, 동료 연구자들의 일상을 통해 학문과 사랑, 언어와 삶이 자연스레 엮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괴테, 니체부터 보르헤스, 말라르메까지 방대한 인문학 지식이 녹아 있지만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어우러져 난해하지 않게 다가온다. 잔잔히 흐르던 일상이 후반부로 가며 서로 연결되고, 저마다 달랐던 인물들이 하나로 수렴된다. 마치 소설이 스스로 증명하듯,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도이치가 말한다. “전 괴테가 모든 것을 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말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도 괴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말하려고 했구나, 그런 생각은 듭니다.”

수많은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 소설은 묻는다. 당신의 삶을 완성할 한 문장은 무엇인가. 그 문장에는 사랑이 있는가.

K굿뉴스  kgood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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