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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약 줄이고 걷기보다 2배 효과, 관절은 더 안전한 ‘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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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를 3분대에 주파하는 마라토너가 춘천마라톤 주로에서 쓰러졌다. 기록 욕심에 페이스를 무리하게 올리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그는 달리기 부상 예방 전문 강사였지만, 속도에 대한 집착이 몸에 남긴 상처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경험은 그에게 달리기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빨리 뛰지 않는 것이었다.

 

일본 후쿠오카의 오호리 공원, 이른 아침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지만 그들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하다. 11년째 매일 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35년차 뇌신경과 의사 마츠카는 이 방법으로 100kg에서 70kg으로 무려 30kg를 감량했다. 그가 하는 운동의 이름은 슬로우 조깅이다.

 

슬로우 조깅은 일본 후쿠오카 대학 체력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았던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가 창시한 운동법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옆 사람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를 니코니코 페이스라고 부른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달리는 속도가 바로 최적의 운동 강도라는 뜻이다.

 

속도 집착 버렸더니 2배 효과…걷기의 상식을 깬 느린 달리기

무릎 망가진다는 편견 깼다

3주만에 혈당·내장지방 급감,고령층·만성질환자도 안전하게

 

이 운동법의 가장 큰 특징은 보폭을 최대한 좁게 하고 발 앞꿈치로 착지하는 것이다. 1분에 170에서 180보 정도의 빠른 스텝을 유지하되, 보폭은 좁게 가져가 발이 몸의 중심 바로 아래에 착지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발목과 종아리 근육이 천연 스프링 역할을 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운동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걷기가 시간당 150에서 200칼로리를 소모하는 반면, 슬로우 조깅은 같은 시간에 300에서 400칼로리를 태운다. 걷는 것만큼 편안하지만 효과는 달리기에 버금가는 셈이다.

 

무릎 통증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반가운 소식이 있다. 2017년 미국 정형외과 및 스포츠 물리치료 저널에 실린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는 규칙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무릎 관절염 발병률이 오히려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진짜 문제는 달리기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보폭으로 발을 몸의 중심보다 너무 앞에 내딛는 오버스트라이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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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슬로우 조깅의 효과가 검증됐다. KBS가 진행한 3주간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명의 참가자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63세 한경임씨는 내장지방 면적이 574제곱센티미터에서 516제곱센티미터로 감소했다. 체중도 3kg 이상 빠졌다. 20년간 당뇨병을 앓아온 한미옥씨는 공복혈당이 119에서 90으로 떨어졌고, 당화혈색소는 7.0퍼센트에서 6.3퍼센트로 개선됐다. 제빵사 김상태씨는 아킬레스건염으로 빠른 달리기를 할 수 없었지만, 슬로우 조깅으로 하체 근력이 두 배 가까이 강화됐다.

 

의료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을 정도로 근력 강화가 확실히 됐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 환자나 달리기를 엄두 못 내고 걷기 운동 겨우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운동법이라고 강조했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만, 슬로우 조깅은 좋은 운동 습관을 잡는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인 슬로우 조깅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 BDNF의 분비를 촉진한다. BDNF는 뇌세포의 성장을 돕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뇌의 비료라고 불린다. 2020년 네이처 자매지에 실린 연구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치매 위험을 낮추고 우울감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이미 국민운동으로 자리잡았다. 후쿠오카 외곽의 작은 마을에 사는 84세 나토씨는 10년 전 하체 근육 발달을 위해 슬로우 조깅을 시작해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일본 천황도 심장 수술 후 건강 유지를 위해 슬로우 조깅을 한다고 알려져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슬로우 조깅 지도자가 122명에 달하며, 미국과 폴란드 등 전세계 24개국에 협회가 있다.

 

시작은 간단하다. 1분 조깅과 1분 걷기를 15회 반복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체력이 붙으면 조깅 시간을 2분, 3분으로 점차 늘려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스마트워치 속 페이스는 잠시 잊고, 옆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속도를 찾으면 된다. 처음에는 뛰는 것이 빠르게 걷는 것보다 느릴 수도 있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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