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세포 70%가 장에 산다 — 장이 무너지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

Crop faceless female in casual wear lying on sofa while having acute pain in stomach
사진=복통을 호소하는 모습

달리는 차를 세우고 화장실로 뛰어야 했다. 하루에 많게는 40번. 속옷을 갈아입는 일이 일상이 됐다. 60대 요리사였던 한 남성은 주방보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결국 직장을 잃었다. 장이 망가지자 삶 전체가 무너졌다. 이건 한 사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수백만 명이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EBS ‘명의’에 따르면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 몸 면역 세포의 약 70%가 장에 집중 분포돼 있다. 장 표면 아래 림프 조직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을 감시하고 차단한다. 전문의는 “장은 면역 체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장의 면역이 무너지는 순간, 전신이 표적이 된다.

장 건강 이상은 소화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토피,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 우울증과 불안장애, 심지어 파킨슨병까지 연결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확률이 약 두 배 높다. 치매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장과 뇌는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대부분이 장내 신경 세포에서 생성된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불안과 우울이 뒤따른다.

2년 동안 설사를 했는데 체중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환자 사례는 장 질환의 오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전문의는 “그건 진짜 설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진짜 설사는 하루 이틀 만에 체중이 1~2kg 빠진다. 대장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 무른 변을 자주 보는 것은 ‘가성 설사’이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낮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는 기능성 질환이다. 반대로 야간에 복통과 설사가 집중된다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또는 암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더 무섭다. 크론병을 앓아온 한 환자는 소장 협착으로 수차례 절제 수술을 받았고, 결국 직장암이 발병해 인공 항문을 달았다. 그는 “암만 걸렸다면 암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크론병은 온 장기를 돌아다니며 다 건드린다. 무서운 악마 같은 병”이라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완치 방법이 없다. 면역이 과잉 반응하면서 장 자체를 공격하고, 그 염증이 척추, 관절, 피부로 번지며 강직성 척추염,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성 피부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 장내 면역 세포 70%, 무너지면 아토피·우울증·파킨슨까지 번진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 진짜 설사 아니다 — 체중 빠지면 다른 병 의심해야
  • 대장 내시경 한 번으로 대장암 발병 위험 60% 이상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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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을 지키려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먼저다. 급성 장염이나 코로나를 심하게 앓고 나면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 미생물 다양성이 소실된다. 이 교란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새로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의는 “급성 장염을 앓은 후 10~30%의 환자에서 새로운 증상이 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산균 섭취는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유지된다면 굳이 챙기지 않아도 장내 미생물 환경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

대장암을 막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대장 내시경이다. 용종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내시경 없이는 발견할 수 없다. 선종은 처음 생기고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전문의는 “대장 내시경을 한 번만 받아도 평생 받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을 6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게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40대 대장암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최소 45~50세부터는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고, 아침에 물 한 잔을 마시고, 식사는 천천히 하고, 빨대 사용을 줄이는 것. 복잡한 처방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싸는 것, 그것이 건강의 시작이자 전부다. 장이 버텨야 몸이 버틴다.

K굿뉴스  kgood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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