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변동불거의 시대, 크리스천은 어떻게 새해를 맞이할 것인가
- K굿뉴스
- 입력
노 재 화 박사
전 성결대학교 학장
2025년을 보내며 대망의 2026년도를 맞이하여 우리는 어떻게 서야하는가? 전국대학 교수가 뽑은2025년도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이다. 이 사자성어의 선정방법은 전국대학교수 참가자 766명이 선택하는데, 대한민국의 사회 풍경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를 정치와 경제, 기술과 가치,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까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하여 뽑는다.
즉, 한국사회가 어느 시점에 와 있고, 무엇을 얻고 잃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묻는 시대적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양일모 교수가 추천한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교수 766명 중 33.94%로 1위를 얻은 변동불거(變動不居)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2위로는 26.37%로 부산대 김승룡 교수가 추천한 천명미상(天命靡常) 즉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 세상과 민심의 뜻에 순응하지 않으면 천명이 옮겨간다”이다. 3위로는 20.76%인 추지약무(趨之若鶩), 해석하면 “소문을 듣고 학자들이 오리떼처럼 몰려 들어 좌석이 늘 가득했다”가 선택 되었다.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를 1위로 추천한 양 교수는 탄핵, 조기대선, 정권교체, 고위 인사들의 위선과 배신, 추락 등을 목도한 시대라고 했다. 어찌보면 이 사자성어는 곧 우리의 인생 자체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먼 사회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 또한 이 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때는 영원할 것처럼 여겼던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예상하지 못한 길 앞에 서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와 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거칠고 빠르다. 중요한 변화들 즉, 젊음은 늙음으로, 만남은 이별로, 성취는 회한으로, 확신은 질문으로 변해가며 예상하지 못한 기회와 상실은 늘 계획의 바깥에서 발생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경제 질서는 예측을 거부하며, 가치와 규범마저도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이처럼 우리는 변동불거라는 늘 변화 속에 있었지만, 평소에는 그것을 잊고 산다. 그래서 새해는 단순한 날짜의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흐름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시간이다.
변동불거의 시대에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변화의 파도 위에서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일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를 앞두고 계획을 세운다. 목표를 정하고, 다짐을 적고, 더 나은 자신을 약속한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지혜는 더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데만 있지 않다. 오히려 변화를 견딜 수 있는 태도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더 본질적인 새해 준비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붙잡아 둘 수 없는 이 흐름 앞에서 크리스천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첫째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기준은 성경이다. 변동불거의 관점에서 보면, 진짜 지혜는 변하지 않는 것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변화 속에서도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힘이다. 삶은 고정된 목적지로 가는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하며 나아가는 여정에 가깝다. 그러나 성경이 우리의 등불이며 삶의 나침반이다.
성경은 이렇게 선언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사 40:8). 변동불거의 시대에 크리스천의 첫 자세는 변하지 않는 말씀 위에 서는 것이다. 환경이 흔들릴수록 신앙은 더 깊은 뿌리를 요구한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계획보다 먼저 “말씀 위에 내 삶이 서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둘째로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흐름을 분별하라. 변동불거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태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원래 이러면 안 된다”는 말에 갇혀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는 결국 시대와 삶의 흐름에서 고립을 낳는다. 다른 하나는 변화에 무작정 휩쓸리는 것이다. 유행과 속도에 떠밀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잊어버리는 삶은 방향을 잃은 항해와 다르지 않다. 내 삶의 중심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변화까지는 받아들이고, 어떤 것만큼은 끝까지 지키려 하는가? 이 질문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은 매우 일상적인 선택들로 이어진다. 더 많이 가지려 애쓰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을지 결정하는 것, 더 빨리 가기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 그래서 이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분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롬 12:2). 크리스천은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해석하는 사람이다. 모든 변화가 진보는 아니며, 모든 새로움이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 새해의 신앙은 더 바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분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셋째로 인생이 흐를수록 더 가벼워져야 할 것들을 기억하자. 변동불거의 세월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올해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성취의 목록이 아니라, 태도의 목록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 변화 앞에서 타인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빠른 결과보다 의미 있는 과정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무엇을 붙잡고 여기까지 왔는가?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딤전 6:7)말이다. 새해는 더 많은 것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내려놓을 것을 선택하는 시간일 수 있다. 미움, 후회, 자책, 지나간 영광, 그리고 통제하려 했던 욕망들. 신앙은 소유가 아니라 의탁이다.
넷째로 변하는 길 위에서도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알자. 변동불거의 시대에 새해는 더 이상 완벽한 설계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깨어 있는 감각, 흐름을 읽는 눈, 중심을 잃지 않는 용기를 요구한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해의 강물 속으로 들어선다. 머무를 수는 없지만, 떠내려갈 필요도 없다. 노를 잡고 방향을 잡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새해는 약속이 아니라 질문으로 시작될 때 더 깊어진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이 삶의 과정에서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동행은 약속되어 있다.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리라” (창 28:15). 새해는 안전한 한 해가 아니라 동행이 분명한 한 해이기를 기도해야 한다. 길이 평탄해서가 아니라 함께 걸으시는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새해를 맞는 크리스천의 고백으로 변동불거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고, 변하되 길을 잃지 않으며, 흘러가되 방향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할 것이라”(시 63:3)는 말씀위에서…
새해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신실함이기를, 결과가 아니라 순종이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을 향한 중심은 변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새해를 맞이하자. 변동불거의 시대에 크리스천은 세상의 흐름을 따라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 위에 서서 흐름을 건너는 사람으로 성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용히 묵상해본다(새해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