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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 도서

새벽 5시 13분.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뚫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렇게 추운 날 새벽부터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서 수천 가지 핑계가 떠오른다. 따뜻한 이불 속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법을 배우며 깨달은 것은 단순한 운동법이 아니었다. 바로 삶을 대하는 완전히 새로운 태도였다. 『세네카 씨, 오늘 수영장 물 온도는 좀 어때요?』는 난생처음 수영을 배우며 스토아 철학의 진리를 몸으로 체득한 600일간의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에게 수영장은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철학자 세네카를 만나는 사색의 공간이었다. “수영은 곧 삶이다. 호흡을 익히는 것은 불안과 공포를 다루는 훈련이고, 자유형의 리듬은 삶의 균형과 조화를 닮았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독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물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온 신경을 호흡과 팔다리 움직임에 집중해야만 한다. 바로 이 순간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현재에 집중하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도 물속에서는 힘을 잃는다.

처음엔 25미터도 버거웠다. 숨이 차고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강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자자, 참아요. 멈추지 말아요.” 이는 수영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조언이었다.

세네카는 말했다. “그 일이 어려워 보여서 감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감행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수영법을 배울 때마다 찾아오는 두려움과 긴장. 하지만 그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면 두려움도 점차 사라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수영은 본질적으로 리듬 운동이다. 일정한 호흡과 팔다리의 조화로운 움직임이 물살을 가르는 추진력이 된다. 이 리듬을 깨뜨리는 가장 큰 적이 바로 조급함이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남보다 앞서고 싶은 욕심이 호흡을 가쁘게 하고 동작을 흐트러뜨린다.

평영을 배우며 저자는 깨달았다. 속도를 내기 위한 수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영의 가치를. 느리지만 체력 소모가 적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수영법. 이는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정확히 일치했다. 남들처럼 빠르게 앞서 나가지 못하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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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은 큰 키를 선호하지만 작은 키를 경멸하지 않으며, 건강하길 바라지만 건강이 나빠져도 견뎌낸다.” 세네카의 이 말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할 수 없는 것은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물에서 호흡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도와 행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결과는 행운의 여신에게 맡기고. 이것이 바로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삶의 태도다.

한 달 반이 지나자 어느 정도 호흡 조절이 가능해졌고, 25미터 왕복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발전이 느껴지지 않는 정체기가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좌절하고 포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계속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주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말이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복잡하게 얽혀들던 생각이 멈춘다. 뇌를 가득 채우던 고민도, 마음을 짓누르던 분노도 물속에서는 힘을 잃는다. 수영은 고립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고립은 오히려 축복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매일 아침 이렇게 다짐했다. “참담하고, 배은망덕하고, 무례한 사람을 오늘도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를 해치거나 악한 일에 연루시킬 수 없다.” 타인의 비열함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법을 철저히 연습했던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감정을 억누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세네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친구에게 말했다. “눈물이 흐르게 두라. 그러나 동시에 그 눈물을 멈추게 하라.” 슬퍼하되, 슬픔에 머물지 말라는 의미다.

600일간의 수영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은 명확하다. 수영은 내 안의 소음을 가라앉히고, 스토아 철학은 나를 다시 세우는 훈련이라는 것. 삶은 명확성과 결단력, 반복되는 훈련이 더해질 때 비로소 단순해진다. 그리고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평온과 가까워진다.

이 책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철학이 아니라 ‘철학으로 사는 법’, ‘철학을 살아내는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새벽 수영장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어떻게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는지, 그 놀라운 여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K굿뉴스  kgood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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