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노화로 대부분 오인….손이 떨리고 표정이 굳었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하라
- K굿뉴스
- 입력
사진=산책하는 노인
손이 가만히 있는데 혼자 떨린다. 걸으려는데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느려진다. 대부분은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고 넘긴다. 그 사이 뇌 속에서는 도파민 세포가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
EBS ‘명의’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평균 발병 연령은 65세이다. 2021년 기준 한국, 국내 환자 수는 13만여 명으로, 10년 새 67.5%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상황을 “파킨슨 팬데믹”이라 부른다. 성령희 교수는 “10년 동안 파킨슨 환자는 두 배가 늘었고 사회 의료 비용은 네 배가 증가했다. 가정을 떠나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병”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 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도파민은 운동 회로를 조정하고 인지와 감정에도 관여하는 핵심 신경 전달 물질이다. 이 세포가 죽으면 몸이 느려지고, 떨리고, 근육이 경직된다. 성 교수는 “안생겨야 될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루이소체라는 덩어리를 형성하고, 이것이 도파민 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설명했다.
- 파킨슨병 3대 전조 증상: 변비·후각 소실·렘수면 행동장애
- 도파민 펫 검사로 세포 손상 정도 영상으로 확인 가능
- 약물 치료 5년 후 절반이 합병증, 뇌심부자극술이 대안
문제는 진단이 늦다는 것이다. 환자 대부분이 노화로 오인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 실제로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전조 신호를 보낸다. 3대 전조 증상은 변비, 후각 소실, 렘수면 행동장애다. 성 교수는 “변비는 파킨슨 운동 증상이 생기기 10년에서 20년 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 환자의 10명 중 8~9명이 변비를 앓고 있다”고 했다. 후각 소실도 마찬가지다. “파킨슨병 진단 시점에서 약 90%의 환자에게서 후각 장애가 나타난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위장관과 후각 세포에서 가장 먼저 쌓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검사는 도파민 펫이다. 뇌 MRI에서는 파킨슨 환자가 정상으로 나온다. 도파민 세포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려면 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 즉 도파민 펫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상인은 뇌의 미상핵과 피각 전체에서 도파민 섭취율이 고르게 보이지만, 파킨슨 환자는 피각 부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재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방법은 없다. 치료의 핵심은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 요법이다. 도파민의 전구 물질인 엘도파를 복용하면 대부분의 운동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초기 5년이 지나면 약 50%의 환자에게 장기 합병증이 생긴다. 약효가 빨리 소진되거나, 약효가 좋을 때 오히려 몸을 마구 흔드는 이상 운동증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뇌심부자극술이다. 뇌 깊숙이 전극을 심고 전기 자극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이 수술은 수술 환자의 80%가 만족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보고된다.
파킨슨병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무너뜨린다. 진행되면 환시, 망상, 우울증, 치매까지 동반된다. 파킨슨 환자는 같은 나이 대비 치매 유병률이 4~6배 높고, 발병 후 평균 8년이 지나면 파킨슨 치매가 생길 수 있다.
성 교수는 “느리고 둔하고 우울해지고 무표정해진다면 일단 신경과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조기 진단이 치료의 첫걸음이고, 운동이 진행을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못 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면 더 좋은 미래가 온다”는 말이 파킨슨 환자들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처방이다.
K굿뉴스 kgoodn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