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률 24% 급감

매년 겨울이면 독감 때문에 병원이 북적인다. 하지만 심장병 환자들에게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치명적 위협이다. 그런데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감 백신 한 번으로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을 4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권위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대규모 연구가 의료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252개 병원에서 심부전 환자 7,771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독감 백신을 맞은 환자군의 1년 내 사망률이 대조군보다 24% 낮게 나타났다.

심부전 환자 독감 백신 접종 시 1년 내 사망률 24% 감소

재입원율도 17% 낮아져, 의료비 절약 효과까지

폐렴 발생률 40% 급감으로 합병증 위험도 크게 줄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72세였고, 절반 이상이 중등도 이상의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 연구진은 병원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3,570명)에게는 퇴원 시 무료로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다른 그룹(4,201명)에게는 백신을 주지 않았다.

1년 후 결과는 명확했다. 백신 접종군의 사망률이 24% 낮았을 뿐만 아니라 재입원율도 17% 감소했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의료비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연구팀이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10개국 5,000여 명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군의 사망 위험이 20%, 입원 위험이 15% 낮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심부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렴 발생률이 40%나 급감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놀라운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심부전 환자는 심장 기능 저하로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에 취약하다. 독감 바이러스는 단순히 열과 몸살만 일으키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가 심장을 직접 침투하거나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관상동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감염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이 기존 심장 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실제로 독감은 심부전 환자에게 폐렴을 유발할 확률을 4배나 높인다. 폐렴에 걸렸을 때 사망률도 일반인보다 4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독감 백신은 마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은봉 교수는 “독감 백신은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며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반드시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들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동안 독감 백신이 심혈관 질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명확한 수치를 제시한 연구는 처음이다. 더욱이 두 개의 독립적인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다.

겨울철 독감 시즌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연구 결과는 심장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간단한 백신 한 방으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니, 이보다 확실한 투자가 또 있을까.

심부전은 환자의 50%가 5년 내 사망하고 20%가 심혈관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이제 독감 백신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 작은 주사 하나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확히 제시된 만큼, 심장병 환자라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K굿뉴스   kgood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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