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1,400년 역사상 최초 사라 멀랄리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 확정

잉글랜드 국교회인 영국성공회가 1,40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를 맞이했다. 사라 멀랄리(63, 사진) 런던 주교가 28일(수)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거행된 ‘선출 확정 예식’을 통해 캔터베리 대주교로 공식 확정되면서, 전 세계 약 1억 명의 성공회 신자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고 AP통신을 비롯 전세계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그의 LGBTQ+ 포용성 때문에 안팎으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출처=AP통신>

 

LGBTQ+ 포용 입장에 보수 진영 반발…전 세계 1억 신자 공동체 분열 우려

잉글랜드 국교회인 영국성공회가 1,40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를 맞이했다. 사라 멀랄리(63) 런던 주교가 28일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거행된 ‘선출 확정 예식’을 통해 캔터베리 대주교로 공식 확정되면서, 전 세계 약 1억 명의 성공회 신자를 이끄는 영적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고 AP통신을 비롯 전세계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28일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캔터베리 대주교 선출 확정 예식을 진행하고 있다. AP

 

멀랄리 대주교는 LGBTQ+ 포용을 적극 지지해 온 인물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희망의 순간”이라 표현하며 교회의 과거 상처를 공개 사과해 왔다. 이 같은 행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보수 성공회 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165개국에 흩어진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런던 주교로 성당에 입장한 멀랄리는 법복을 입은 성공회 내 헌법부서 관계자들이 주재한 법적 확정 의식을 거쳐 대주교 권한을 공식 승인받았다. 에드워드 엘가의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출이 확정되자 회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주변 주교들은 일제히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사라 멀랄리 대주교는 암 전문 간호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AP

 

간호사 출신, 16세기 이래 첫 여성 영적 지도자

암 전문 간호사에서 성직자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멀랄리는 17명의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위원회 지명을 받아 찰스 3세 국왕의 승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성적 학대 스캔들 대응 실패로 지난해 11월 사임한 저스틴 웰비 전임 대주교의 뒤를 잇는다.

이번 임명은 1994년 첫 여성 사제, 2015년 첫 여성 주교 서품에 이은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신학 전문가 조지 그로스 교수는 “여성 사제 서품 자체를 금지하는 로마 가톨릭과의 뚜렷한 대조”라며 “사회 속 여성의 위치에 대한 강력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신앙 지키기 실패”…보수 진영 권위 불인정 선언

멀랄리 대주교의 가장 큰 특징은 LGBTQ+ 공동체에 대한 적극적 포용 자세다. 그는 2023년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한 교회 결정을 “희망의 순간”이라 표현했으며, 교회가 과거 LGBTQ+ 관련자들에게 가한 상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 왔다.

사라 멀랄리 대주교는 LGBTQ+를 포용하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어 현재 성공회 안팎에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AP

 

이 같은 행보는 보수적 성공회 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성공회 단체 가프콘(GAFCON)은 멀랄리의 임명을 “분열적”이라 규정하며, 대다수 성공회가 여전히 남성만이 주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르완다의 로랑 음반다 대주교는 더욱 신랄했다. “새 대주교는 신앙을 지키는 데 실패했으며, 성경의 ‘명백하고 정경적 의미’와 ‘교회의 역사적이고 합의된’ 해석을 위배하는 관행과 신념을 도입하는 데 공모했다”며 “그는 성공회 공동체에 리더십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이지리아 성공회를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교회들은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정 의식 도중 한 시위자가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으나 성당 밖으로 퇴장당했고, 법적으로 유효한 이의 제기는 없었다.

전 세계 1억 성공회 신자, 미국에서만 160만

전 세계 165개국에 약 1억 명의 신자를 둔 성공회는 공식적 수장은 없지만, 전통적으로 캔터베리 대주교를 영적 지도자로 인정해 왔다. 미국 성공회(Episcopal Church)는 약 16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성과 LGBTQ+ 인사의 성직 서품을 허용하는 진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의 성공회는 보수적 신학 전통을 고수하며, 여성 주교 및 LGBTQ+ 이슈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신학적·문화적 간극은 멀랄리 대주교 시대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적 학대 스캔들과 교회 신뢰 회복

멀랄리는 10년 넘게 교회를 괴롭혀 온 성적 학대 스캔들 대응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임 웰비 대주교가 교회 관련 여름캠프에서 발생한 신체적·성적 학대 혐의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비판받으며 사임한 만큼, 새 대주교에게는 철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3월 25일 캔터베리 대성당서 공식 취임

멀랄리 대주교는 이날 선출이 확정됐지만, 공식 취임은 3월 25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캔터베리 교구 주교로서의 공식 임명식을 마친 후에야 본격적인 공적 사역이 시작된다.

16세기 헨리 8세 시대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된 이래 1,400년 전통을 이어온 잉글랜드 국교회인 성공회는 이제 여성 리더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 앞에는 세계 성공회 내부의 깊은 신학적 분열, 성적 학대 문제 해결, LGBTQ+ 공동체와의 화해라는 험난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멀랄리 대주교가 간호사 시절 환자들에게 베풀었던 돌봄의 정신으로 분열된 교회를 치유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윤영호 기자 yyh60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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