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한다는 것-저자 최강록

요리를 한다는것-저자 최강록
사진=도서 ‘요리를 한다는 것’

방송에서 보여준 진지한 표정 뒤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갈치를 보면 “아빠 저걸로 이겼잖아”, 콜리플라워를 보면 “저걸로 졌잖아”라고 말하는 아이를 둔, 그저 평범한 아빠. 요리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아이는 묻는다. “졌어, 이겼어?” 최강록은 이게 판타지라고 설명해줬지만 아이는 늘 진심이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 우승자이자 ‘흑백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한 셰프 최강록이 자전적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을 내놨다. 음식, 요리, 식당, 요리사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지난날과 지금의 일상을 담았다.

최강록은 맛집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공개했다. “먹고 나왔을 때 ‘간이 절묘해’ ‘소스가 맛있어’ 이런 세세한 판단이 아니라, ‘합리적’이었다고 생각이 들면 나는 그곳을 맛집으로 인정한다.” 그가 말하는 합리적이란 가성비와는 다른 개념이다. 싸고 맛있어도 찜찜한 곳이 있고, 돈을 많이 써도 괜찮은 곳이 있다는 것이다. 가격뿐 아니라 음식의 맛을 포함해 그곳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기준이 된다.

책에는 그만의 독특한 요리 철학도 담겼다. 계란죽라면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라면 스프가 연구자들의 결실임을 인정하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말한다. 계란이 국물을 다 품고 면을 코팅하면 라면이어도 부실하게 먹지 않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면이 10분의 1쯤 남았을 때 밥을 말아야 계란죽라면이 완성된다.

마스터셰프 우승자 최강록, 자전 에세이 출간

“합리적 맛집 기준은 시간의 만족도”

숯불처럼 타올랐다 재가 되는 인생…

ADVERTISEMENT

내향인으로서의 고백도 솔직하다. “식당은 고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음식을 내놓는 곳이다. 그런 공간에서 내 역할이 있으면 나는 그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역할이 시작되면 엉덩이에 힘을 빼고 “어서 오십쇼!” 인사를 크게 하지만, 역할이 끝나면 힘이 쪽 빠진다. 그는 “내향인이라면 알 것”이라며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광장에 나가 롤 플레잉을 성실히 열심히 하고 나서 다시 동굴로 들어온다”고 썼다.

숯불에 대한 사색은 인생으로 이어진다. “숯은 피크 포인트가 있다는 점,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순간인 전성기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인생에 비유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재가 되어버리는 허무함도 갖추었구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소고깃집에서 고기를 치익 구워가며 본능적으로 숯불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조건을 찾아낸다는 관찰도 흥미롭다.

메뉴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조심스러움이 드러난다. 요리 이름의 기본은 ‘재료의 나열, 그리고 조리법’이지만 ‘곁들인’이라는 단어는 최대한 쓰지 않는다. “식당이란 공간에서 장난치는 것처럼 보일까봐 의식적으로 다른 말을 쓰게 된다.”

아이는 승부를 좋아하지만 반응은 크지 않다. 아빠가 이기면 조용히 좋아하고, 지면 조용히 속상해한다. 장을 보러 가서도 식재료가 승부의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승부를 즐기면서도 요리에는 관심이 없다.

전작 ‘최강록의 요리 노트’가 식재료에 대한 유용한 팁을 설명했다면, 이번 책은 요리사로 살아가는 일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차분한 문장들 사이로 최강록식 유머와 손그림이 등장하고, 예기치 않게 가슴을 치는 찡한 장면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서 조리기술 매니지먼트 학과를 이수한 최강록은 유튜브 채널 ‘최강록 Ultra Taste Diary’도 운영 중이다. 이 책은 직업과 인생에 대한 기쁨과 슬픔, 희망과 걱정이 촘촘하게 짜인 한 내향인 요리사의 묵묵한 분투기다.

K굿뉴스  kgoodn7@gmail.com

ADVERTISEMENT

주요 뉴스

ADVERTISEMENT
error: Content is protected !!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