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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서 스마트폰 퇴출령 – 한미 동시 강력 규제 나선 진짜 이유
- K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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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교실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거의 동시에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대폭 제한하는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면서, 전 세계 교육현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새 학기를 맞아 전체 50개 주 중 35개 주가 학교 내 휴대전화나 전자기기 사용을 법률이나 규정으로 제한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2023년 플로리다주가 최초로 관련 법을 통과시킨 후 불과 2년 만에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학습 집중력 저하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발걸음을 맞춰 나갔다. 국회는 27일 본회의에서 초중고등학생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그간 교육계에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수업 집중력 저하와 교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점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 35개주·한국 동시 규제…전세계 교실 스마트폰 퇴출 가속화
“집중력 향상 vs 안전 우려”…학생·학부모 찬반 엇갈린 반응
교육효과 검증은 아직…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더 필요”
미국의 새로운 규정은 상당히 강력하다. 일부 주에서는 수업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자석 파우치나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보관해야 한다. 켄터키주 루이빌의 도스 고등학교 재학생 제이멜 비숍은 “이전에는 수업 중 반복 질문과 산만함이 많았지만, 이제 교사들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 교육 목적 사용, 긴급상황 대응 등은 교사 승인을 통해 가능하다. 구체적인 제한 기준이나 방법, 스마트기기 유형 등은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게 된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애틀랜타 인근 맥네어 고등학교 3학년 오드레아나 존슨은 “처음엔 대부분이 휴대폰 반납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 학생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모들의 입장도 복잡하다. 에모리 대학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 제한 정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의 반대였다. 존슨의 어머니는 “학교 폭력이나 위협 상황에서 자녀와 즉시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며 휴대전화 소지를 지지했다. 전국 부모 연합의 제이슨 앨런 이사는 “대다수 부모는 제한 정책을 지지하지만, 자녀의 안전과 일정 조정 등 실질적인 소통 수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에모리 대학의 줄리 가즈마라리안 교수는 “교사들은 방해 요소가 줄어들어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학생들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도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괴롭힘 감소나 정신건강 개선 여부는 아직 명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조지아 공대의 문문 드 초우두리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은 있지만, 어떤 유형이 해로운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지역이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와이오밍과 미시간 등 일부 주에서는 휴대전화 제한 법안이 부결되거나 지역 통제를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시간에서는 민주당이 지역 자율권을 강조하며 공화당 발의 법안을 막았고,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는 여전히 법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어, 법적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은 2021년 스마트폰을 학교에 가져올 수는 있으나 수업 중 사용은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도 이미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해외 선진국들의 선례가 한국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둘러싼 갈등은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 보호라는 명분 아래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육자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앞으로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