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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언어들 – 저자 김기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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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언어들’ – 저자 김기석목사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성경 전도서의 이 유명한 구절을 들으면 대부분 절망적이고 우울한 느낌을 떠올린다. 하지만 27년간 청파교회를 이끈 김기석 목사는 정반대로 말한다. “전도서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다.”
김 목사가 최근 출간한 ‘지혜의 언어들’은 CBS 성서학당에서 강의한 전도서 전체를 24가지 핵심 키워드로 재정리한 책이다. 그는 “오늘 전도서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삶의 실상을 성찰하기 위함”이라며 “전도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유쾌하다”고 설명했다.
허무의식 사로잡힌 청년, 교회서 ‘적극적 사고방식’ 거부감 느껴
“욕망의 종살이 말고 시간을 하늘의 선물로 인식하라”
27년 청파교회 담임 마친 김기석 목사, 은퇴 후 새 길 준비
김 목사는 자신의 교회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주체할 수 없는 허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 교회에서 자주 들려오는 ‘적극적 사고방식’ 담론에 녹아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믿음은 으레 ‘할 수 있다’는 구호와 결합했고, 성공과 행복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성취할 수 있는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상할 정도로 그 담론에 녹아들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전도서의 ‘헛됨’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헛되다’는 말은 염세주의적 세계관과 무관하다”며 “헛됨에 대한 자각은 세상에서 우리가 애집하는 어떤 것도 온전히 집착할 대상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고 해석했다.
김 목사는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게 진단했다. “속도와 효율을 숭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를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동안 우리 내면은 묵정밭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했다. “시간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충만하게 살아내야 할 하늘의 선물이다. 시간을 선물로 인식할 때, 무채색의 일상은 돌연 경이로운 세계로 변한다.”
욕망에 대한 그의 시각도 독특하다. “욕망을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욕망은 삶을 추동하는 힘이니 말이다. 하지만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며 “욕망의 종살이를 하는 이들이 거두는 인생의 열매는 고단함”이라고 경고했다.

김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을 거쳐 1997년부터 올해까지 27년간 청파교회를 담임했다. 시와 산문, 현대문학과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는 설교자로 평가받는다.
CBS ‘성서학당’, ‘잘잘법’ 등 방송과 온라인 설교를 통해 국내외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온 그는 올해 4월 목회에서 은퇴했다. “세상의 기적을 향유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준비 중이다.
김 목사는 이번 책을 통해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상의 평가와 무관하게 각자의 삶은 소중하다. 누가 행복한가? 일상 속에 깃든 영원의 광휘를 발견하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