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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흑학 厚黑學

어깨동무사역원 대표 이승종 목사

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상임의장

 

삶은 관계성의 열매다. 

 

자율성과 효율성이 극대화 되면서 오히려 인간의 관계성은 고립과 단절이 심화되었다.  AI 시대를 마주하며 접속은 많아졌지만 생명적인 만남은 허약해지고 있다.  정겨운 만남은 상실되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이웃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생산성 확대의 욕구와 성공만을 추구하는 현실 속에서 점차 냉소적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하물며 살가운 우정마저도 경쟁관계로 치닫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현대 사회 문제의 뿌리는 관계성의 단절이다. 

 

최근의 글로벌 국제정치 권력의 갈등과 첨예한 대립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처방전은 처음부터 자국 이익을 위한 치밀한 전략만 난무하기 때문에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청나라 말기 중국은  열강에 떠밀려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회적 안정을 탐구하던 사회 개혁가 지식인 이종오는 중국 역사의 인물을 연구한 야심작 ‘후흑학 厚黑學’을 썼다. 처음 출판이 되면서 중국 대륙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인의 국민성을 밝혔기에 지식인의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후흑 厚黑이란 얼굴이 두껍고 속마음이 검다는 뜻이다.

 

뻔뻔하고 음흉하게 살면서도 세상에서 활개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유교적 윤리와 가치를 저버리고 철저하게 자기 실리만을 추구한 중국의 역사적 인물을 열거한 책이다.  그런 인물들이 중원대륙을 활거하던 처세론의 조명이다.

 

부끄러운 감정을 거부하고 세상이 욕을 할지라도 오로지 성공을 위해선 후흑의 마음을 가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후안무치의 얼굴로 뻔뻔스럽지 않고는 경쟁사회를 버틸 수 없다는 논리를 설파한다.  중국 역사의 인물 중에는 유방과 항우, 조조와 유비, 장개석, 모택동등 영웅호걸, 성현, 왕후가 후흑의 생애를 살았다고 한다.

 

후흑학의 논점에서 세계적 열강의 지도자와 한국의 지도자를 헤아려 본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후흑을 최선책으로 삼고 후흑학의 논리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사람으로 저렇게 양심을 저버리고도 살 수 있다는 말인가…여러번 곱씹어 생각하는 세태다.  국민 사랑을 빙자한  인격적인 모독과 권력의 횡포가 난무하는 세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종오는 풍자적 표현을 했지만 후대에는 ‘정치적 현실주의’의 교과서처럼 읽히는 책이 되었다.  화합과 양보는 보기 힘들고 이긴 사람만이 모든 이익을 차지하고 승자독식하는 세상을 소개했다.   인간의 윤리 도덕적 한계를 폭로한 냉소적 현실주의와 권력의 생리를 해부한 처세학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빠른 접속은 가져왔지만 진정한 만남과 관계성이 훼파되었다.  지구촌이 냉혹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비인간화를 경험한다.  자기만의 화려한 성공이 행복일 수 없다.  이웃과 함께할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교회는 관계성 회복의 마지막 현장이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잃어버린 이웃을 다시 찾아야 한다.  생명 넘치는 삶이란 마르틴 부버의 말처럼 ‘나와 당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믿음이란 하나님과 나의 인격적인 구원받은 관계를 뜻한다.  오늘 누군가는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한국형 후흑학’을 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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