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 폭력피해자 등 약자보호 시스템 없다" AYC-가정상담소 공동 컨퍼런스서 지적 >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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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 폭력피해자 등 약자보호 시스템 없다" AYC-가정상담소 공동 컨퍼런스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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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5-1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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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교협 산하 청소년센터와 뉴욕가정상담소가 8일 공동으로 가정폭력을 주제로 제6회 목회자 컨퍼런스를 마련했다. (좌측부터)진행하는 조원태목사 옆으로 김수영 가정상담소 코디네이터, 남수경 변호사, 정경 변호사. 


청소년센터-뉴욕가정상담소 공동주최
가정폭력 주제로 제6회 목회자 컨퍼런스
한인여성 72.8%, 한 번 이상 폭력경험 응답


현재 한인교회에는 폭력 피해 약자보호 시스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목회자나 교역자 등 교회내 리더십 역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전통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교회가 정작 긴급하고 돌발적 위기상황을 맞은 약자에게 피난처와 쉼터역할을 못한다는 얘기다. 

뉴욕가정상담소(소장:이지혜)자료에 따르면, 한인 이민여성 중 30%는 배우자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고, 정신적인 폭력경험은 무려 72.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는 25%나 돼 10명중 4명은 배우자로부터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는 통계다. 하지만 정작 약자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 교회가 한 일은 사례에서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뉴욕가정상담소 이지혜 소장<사진우측>이 가정폭력 컨퍼런스에서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같은 집계는 뉴욕교협 산하 청소년센터(대표:최호섭목사∙AYC)와 뉴욕가정상담소가 공동주최한 제6회 목회자컨퍼런스 ‘폭력에 노출된 가정, 어떻게 도울 것인가?’ 주제발제에서 나온 것으로, 첫 발제자 김수영 코디네이터가 폭력피해자를 위한 뉴욕가정상담소의 역할을 소개할 때 공개됐다. 

김수영 코디네이터는 “한인이민여성의 60%가 일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 “하지만 신고율은 2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정폭력이 한순간 나타났다 없어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긴장조성-폭력-허니문’이라는 주기로 이어지는 악순화의 고리로 반복된다며 가정상담소같은 전문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을 내내 강조했다.
 

남수경 변호사<우측2번째>가 학대나 폭력피해를 받은 자녀들의 경우, 독자적으로 신분취득을 보호하는 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동학대와 노인학대, 부부(연인)성폭력, 언어폭력, 가스라이팅(심리지배) 등 혈연관계나 지인으로부터 나타나는 폭력을 심각하게  다루며, 이같은 문제를 심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우리나라 특유의 관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각종 자료와 통계가 제시된 김수영 코디네이터 발제직후 계속 이어진 정경 변호사(뉴욕시 퀸즈법률서비스 선임변호사)는 “폭력에 노출된 성도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가자, 사회를 맡은 조원태목사(뉴욕우리교회 담임∙이민자보호교회 위원장)가 사례가 있는지 요청했고, 이에 정경 변호사는 “사실 교회 담임목사님과 의논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한 것. 
 

한인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상황에서 한인교회가 가정폭력에 대해 무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은 가운데, 극소수 목회자들만이 참석해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앞줄중앙부터 좌측)행사후원단체인 뉴욕교협 회장 이준성목사, 목사회장 김홍석목사.



정 변호사는 “교회라는 특성상 비밀유지가 어렵고, 또 소그룹에서 알려질 경우도 문제가 확대돼 대부분 가정상담소로 오기까지 폭력사실 자체를 숨기다 피해정도가 심각해서 온다”고 밝혔다. 이에 조원태목사는 “약자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한인교회 현실에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회자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졌다. 가정폭력같은 예민한 사항을 교회 담임목사가 상담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조목사는 “내담자와 상담할 때 비밀유지를 위한 배움은 신학교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고해성사가 있는 카톨릭의 사례를 들어 개신교가 보완할 부분을 지적했다.

조목사는 "카톨릭 사제서품을 받을 때 고해성사의 비밀유지 서약을 하고 트레이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한국이나 한인신학교에는 그런 과정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밝혀 현재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 상담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아무리 담임목회자나 교역자라고 하더라도 전문상담사 자격증이 없으면 상담자체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목회자들은 현대목회 특성상 전문상담사 자격과정을 밟는 추세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남수경 변호사는 “신분과 추방 두려움 때문에 신고율이 저조한 것같다”며 “미국법에는 학대받은 자녀를 위해 자녀가 독립적으로 신분취득을 하도록 보장하고 있고, 또 폭력으로 이혼했을 경우와 인신매매에 의한 범죄에 연루됐을 경우 등 많은 부분 구제법이 있다”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각박한 이민생활에서 잦은 폭력은 계속 이어져왔고, 심각한 물리적 폭력에 따른 자녀 정서학대도 상당히 이루어졌을 것이란 예상까지, 이날 청소년센터와 가정상담소가 공동주최한 컨퍼런스는 약자에 대한 한인교회의 안이한 태도와 한인목회자의 저급한 인식수준 만을 노출한 채 “문제가 발견되면 가정상담소 핫라인이나 311로 전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개념만 확인하고 행사를 마쳤다. 

이날 참석한 목회자는 뉴욕교협 회장과 목사회 회장 등 후원단체 대표를 제외하면 불과 3-4명의 현직목회자만 참석해 한인교회들의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뉴욕가정상담소 핫라인 718-460-3801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