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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자립준비청년과 동행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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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5-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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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겹게 덕담과 설 음식을 나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명절에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 복지시설의 무연고자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들. 특히 만 18세가 넘어 홀로 자립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은 명절 때가 더욱 외롭다고 한다. 정들었던 보육원을 떠났지만 돌아갈 고향도, 기다려주는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설 명절 때 간절히 원하는 것은 설빔이나 맛있는 음식보다 가족끼리 나누는 정(情)일 것이다. 잘났건 못났건 내 가족이라 품어주고, 따뜻한 덕담을 건네주는 이들이 그리운 것이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 보호종료아동 2명이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주변에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멘토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으면 더욱 고립된다.

“그 거룩한 곳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들의 아버지, 과부들을 돕는 재판관이시다.”(시편 68:5) 하나님은 고아들의 아버지라는 성경말씀을 되새기고 예수님이 고아와 과부 등 사회적 약자와 동행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한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보호종료아동의 가족이 되고 친구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미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사역에 나선 교회들이 있다. 2015년부터 보호종료아동에게 울타리가 돼준 선한울타리사역(선울사)에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등 전국 12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멘토링, 취업·교육·법률·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명절 때는 보호종료아동들과 함께 명절 음식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기독 NGO(비정부기구)인 ‘기아대책’과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도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아대책은 온전한 케어, 온전한 꿈, 온전한 직업이라는 세 영역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온전한 ‘나’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도록 돕는 ‘나로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신적 측면에서 정서적 안정을 위한 ‘마음하나 플랫폼’을 운영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보육원 선배들과의 1대 1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다. 브라더스키퍼는 직원 10명 중 8명이 보호종료아동이다. 일자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생활비, 병원비, 장학금도 지원한다. 또 설날 등 명절이나 성탄절·부활절에는 보호종료아동들과 함께 보육원을 방문해 후배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한다고 한다. 크리스천인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가인은 하나님이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제가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반문했지만 저는 ‘제가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라고 응답하고자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심층 보도한 데 이어 올해 자립준비청년 동행 캠페인을 전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회와 기업, NGO 등 민관이 함께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벌여 사회 전체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물질적 지원 외에도 사회적 연대, 정서적 안정, 멘토링 등을 통해 실질적인 자립을 도울 계획이다. 일반 국민들도 재능기부 등으로 함께할 수 있다. 특히 교회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자립준비청년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캠페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개역한글)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제자의 삶이 아닐까.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