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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신앙과직제위원회 제6차 세계대회 폐막…”가시적 교회일치, 이제 교회현장으로”
- K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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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직제위원회 제6차 세계대회가 28일 폐막됐다. 이번 세계대회는 32년만에 열린 것으로, 1982년 리마회의와 1999년 독일회의를 재확인하고 교회일치운동을 교회현장에서 펼칠 것을 다짐했다. <출처:WCC>
32년 만에 열린 회의, ‘에큐메니칼 선언문’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내는 부름’ 채택
세계교회협의회(WCC) 제6차 신앙과 직제 세계대회가 10월 28일 이집트 와디 엘 나트룬에서 막을 내렸다.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는 “지금 가시적 일치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5일간 진행됐으며, 약 400명의 참가자들이 ‘에큐메니칼 선언문’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내는 부름’을 채택하며 교회일치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4일 개회예배 당시 콥트정교회 지도자들과 제리 필레이 WCC 총무<우측2번째>
이번 대회의 핵심 과제는 신학적 합의를 교회현장으로 확산시키는 것으로 모아졌다. WCC 사무총장 제리 필레이 박사는 폐막식에서 “에큐메니즘은 회의장 문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큐메니즘은 교회 신도석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56개 회원 교회가 참여하는 WCC가 단순히 신학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회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례와 칭의교리, 교회일치의 중요한 성과로 재확인
대회 참석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에큐메니칼 운동이 이룬 중요한 신학적 합의들을 재확인했다. 특히 1982년 WCC가 페루 리마에서 발표한 ‘세례, 성찬례, 사역'(BEM) 문서와 1999년 독일 아우그스부르크에서 로마 가톨릭과 루터교 세계연맹 간의 ‘칭의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이 교회일치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이번 회의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WCC 총무 제리 필레이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
WCC 신앙과 직제 위원회 부의장인 피시디아의 욥 대주교는 “교회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시적 통합을 향한 많은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며 “칭의교리 공동선언의 방법론적 참신함은 신앙의 일치가 언어와 신학적 형태, 특정 강조점의 차이 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차별화된 합의’ 개념에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토신학교의 수잔 우드 교수는 세례의 의미에 주목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서로 결합되어 어떤 분열도 지울 수 없는 친교를 이룬다”며 “세례는 일치의 시작점을 제공하고, 일치에 대한 약속을 주며, 일치가 받는 선물임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교회에서 성찬례는 함께 나누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세례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례는 교회일치의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다.
오순절 교회 참여와 다양성 속 일치, 새로운 과제 부상
이번 대회에서는 21세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오순절 운동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호주 기독교 교회의 재클린 그레이 교수는 오순절 운동이 주로 남반구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아직 비교적 젊고 매우 다양한 특징을 지닌다고 소개했다.
그레이 교수는 교회일치를 가로막는 권력과 권위, 게이트키핑 문제를 지적했다. “누구의 세례를 인정하는가?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남반구의 신흥 교회 단체와 기독교 공동체는 이러한 결정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 속에서 공통된 가치를 찾아내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세계적, 대중적 차원에서 가시적 단결을 위한 행동에 함께 참여하여 우리 세계의 변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 신학적 대화의 정신계승
이번 대회는 니케아 공의회 소집 17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콥트 정교회 타드로스 2세 교황은 폐막 축사에서 “이 모임은 니케아의 정신, 즉 신앙과 성찰의 정신, 그리고 모든 교회 간의 협력과 사랑을 향한 끊임없는 촉구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며 “이러한 일치는 교회 간의 신학적 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콥트정교회 타드로스2세 총대주교
타드로스 2세 교황은 “교회는 1700년 전 니케아 공의회에서 불렸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여전히 증인이 되도록 부름받고 있다”며 “오늘날 교회는 여전히 진리와 사랑의 목소리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를 마무리하며 “신학과 대화에서 공유된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시고, 그것이 우리의 활동에서 살아있는 행동과 증거로 변화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WCC가 직면한 과제…분열된 세상에 희망되어야
WCC 신앙과 직제 위원회 의장인 스테파니 디트리히 목사는 “지난 5일 동안의 기도 생활에서 우리는 사막 교부들의 지혜를 많이 나누었다”며 대회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신앙과 직제 위원회 위원장 안드레이 제프티치 박사는 “우리의 말, 행동, 기도, 그리고 우리의 순례가 이 대회라는 아름다운 틀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욥 대주교는 “그리스도인의 분열은 선교에 대한 장애물”이라며 “우리가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수잔 우드 교수도 “갈등과 고립으로 분열된 세상에서 교회의 연합은 희망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28일 폐회기도회로 모인 참석자들
이번 대회는 단순히 신학적 논의를 넘어, 교회가 실제로 일치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분열된 세상에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명확히 했다.
필레이 사무총장은 “대화가 행사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행사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356개 회원 교회로 구성된 서로 다른 교회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일치의 유대감 속에서 그리스도의 영 안에서 서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WCC는 이번 대회에서 채택한 에큐메니칼 선언문을 바탕으로 교회일치 운동을 각 지역 교회로 확산시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남반구의 신흥교회들과 오순절 운동의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적 교단들과의 신학적 대화를 지속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참석자들은 이번 대회가 에큐메니칼 대화의 장을 넘어, 실제 교회현장에서 일치의 열매를 맺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도록 실천을 다짐했다.
윤영호 기자 yyh6057@gmail.com